<나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
OHYE
노템버에 관해 소개해 주시겠어요?
민식
노템버는 함께 일하는 민엽이가 추천해 준 책을 제가 읽고 작업물로 내는 방식으로 만들어가는 브랜드예요. 11월(November)과 9월(September)을 합쳐 만든 말인데, 독서의 계절인 9월~11월의 어디쯤을 헤매는 것처럼 책과 관련한 다양한 경험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만든 브랜드예요. 지금은 세계문학을 가지고 노트 시리즈와 포스터를 만들고 있어요.
컨셉이 책과 관련된 무언가를 다루는 것이다 보니까 제작물의 범위가 넓은 편이에요. 가깝게는 책 옆에 놓인 컵을 제작할 수도 있고, 조금 멀게는 책이 들어갈 만한 힙색을 만드는 것도 생각 중이에요. 지금은 노트에 집중하고 있어요. 책을 안 읽는 사람에게 기폭제가 되고 책을 읽는 사람에겐 소장 가치가 있는 제품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에서요.
OHYE
노템버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좀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민식
외주가 아닌 새로운 매출구조를 찾기 위함이었고, 제 치유의 목적도 있었고요, 마지막으로 우리만의 색깔을 좀 더 보여주자는 목표로 시작했어요. 원래 19년도부터 생각은 했는데, 22년도 돼서야 시작하게 됐어요. 더는 미루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OH
저도 이 부분이 공감되는 게, 제 색을 찾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면서 좋아하는 게 생기면 깊이 파고들었어요. 가령 저는 평양냉면을 좋아해서 전국에 있는 평양냉면집을 가보고, 제가 좋아하는 순위를 매겨보고요. 그렇게 음식, 운동을 탐구하다 보니 저만의 색깔이 생기는 기분이 드는 거예요. 그런 게 저의 일상을 지탱해 주는 큰 힘이 돼 주었어요. 그래서 지금 하시는 말이 공감되는 것 같아요. 내 것이 없다는 것에 관한 갈증을 해소해 나가는 과정이요.
민식
저는 저만의 것을 이제야 찾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OHYE
그런데 저희가 보기에 민식 님 작업은 딱 봐도 민식 님 작업 같아요. 색깔이 뚜렷하고요.
민식
근데 저는 제가 만족하는 작업이 손에 꼽아요. 남과 비교도 많이 하고요. 그런데 지금은 이 마음을 많이 내려놨어요. 예전엔 일에 시간적인 노력이 다 포함되어야지 남들보다 잘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지금은 내가 하고 싶은 만큼 해서 나온 결과물에 만족하려고 해요. 그러니까 마음이 조금 편해지더라고요.
OHYE
그렇게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었어요?
민식
원래 사무실에서 일을 하다가 장소를 옮겨서 일해보고 싶어서 집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어요. 집에서 침대에서 누워있다가 일하기를 반복해서 해봤는데, 결과물의 만족도가 똑같더라고요. 패턴이 잡히니 나름대로 좋은 결과물도 나오고요.
OHYE
쉼 없이 달릴 필요도 없고, 조금 쉬면서 해도 결과물에는 영향이 없는 걸 느끼셨군요.
민식
네. 덕분에 15kg이 쪘습니다. (웃음)
OHYE
프리랜서는 일의 루틴이 중요한 것 같은데, 혹시 루틴이 있으세요?
민식
저는 아침 9시부터 12시까지는 무조건 책상에 있어요. 그때 집중에서 작업을 하고, 나머지 시간엔 멀찍이 떨어져서 좀 더 시간을 여유롭게 쓰면서 수정작업을 거쳐요.
OHYE
광고업은 많은 일을 클라이언트로부터 요청받아서 하는 입장이다 보니까, 요청사항이 제 하루를 좌우하는데 시간을 정하는 게 신기하네요. 그리고 보통 회사원들은 오전에는 커피를 마시고 머리를 좀 깰 수 있는 단순 작업을 하고, 오후에 중요한 업무를 하는 편인 것 같긴 해요.
민식
뒤에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걱정이 커서 오전에 집중하는 것 같아요. 오전에 업무요청이 많지 않기도 하고요.
OHYE
공공기관작업, 사기업작업 등 다양한 분야의 일을 하시는데, 선호하는 작업이 있으세요?
민식
선호하는 기관은 따로 없고, 클라이언트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클라이언트의 성향이나 성격에 영향을 받지 어떤 기관의 작업이 재밌다, 재미없다는 건 없어요.
OHYE
클라이언트가 선택한 작업이 너무 별로여서 다른 안을 고르라고 제안해 본 적 있어요?
민식
그런 적은 없어요. 그 사업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클라이언트기 때문에 그 사람의 생각이 정답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제가 주로 하는 공공기관 프로젝트는 클라이언트들이 기획단에 좀 더 관여를 많이 하기 때문에 그들의 안목과 선택을 존중하고 믿죠.
OHYE
오늘 인터뷰하면서 회사원과 다르다는 걸 느낀 게 민식 님은 업을 통해 자기의 색깔을 찾고, 그걸 작업물에 녹이는 작업 혹은 자기 브랜드를 만드시는 것 같은데 회사원들은 나만의 색을 찾는 작업을 저희가 하는 사이드 프로젝트 같은 거로만 하는 것 같아서요.
민식
저는 늦게 찾은 거라 생각해요. 요즘 친구들 보면 자기의 색깔을 빠르게 찾는 것 같은데, 저는 학교도 늦게 들어갔고요. 노템버를 통해서 완벽히 제 스타일을 찾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하는 욕심은 있어요.
그리고 제가 의류를 했기 때문에 이 경험을 접목해서 패브릭으로 뭔가를 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저는 해보지 않은 것에 두려움이 많은 편이에요. 해왔던 것에서 새로움을 찾지, 나의 새로운 영역을 찾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아요. 하나를 계속 파면서 새로움을 발견하는 게 저의 작업 방식인 것 같아요.
OHYE
올해 계획은 뭐에요?
민식
노템버가 체계가 잡혔으면 좋겠어요. 당장 올해부터 매출이 발생한다는 건 바라지 않고 물류, 판매, 포장 방식 등 일련의 프로세스가 구축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지 저희가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예전엔 일에 시간적인 노력이 다 포함되어야지 남들보다 잘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지금은 내가 하고 싶은 만큼 해서 나온 결과물에 만족하려고 해요.
그러니까 마음이 조금 편해지더라고요.”